내 인생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취미



 그때가 대체 언제였던것인가 아마 1992년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였을것이다.

 뭐 그나이는 어떤 아이나 그렇듯이 노는것이야 말로 지상과제였고, 세상에는 컴퓨터라고 부르는것이 세상에 조금씩 퍼지고 있었던 시대였던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집 근처에있는 컴퓨터 학원에 다닐수 있었고, 그때 당시부터 20살에 육박하던 형의 요구때문에 집에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16비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컴퓨터라는건 지금처럼 재밌고 신기한 물건이 아니라 '어려운것' 이었다.

 현재로써는 화려한 3D기술과 현란한 이펙트가 난무하는 게임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은 '흑백'이라고 불리우는 허큘리스 화면을 보며 할 뿐이었다. 물론 VGA 라고 불리우는 컬러 모니터가 그때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내가 컬러 모니터를 다루기 시작한것은 그때부터 시간이 좀 흐른 후였다.

 물론 학원에서는 지금은 쓰지도 않는 베이직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가르쳤기에, 어리고 이해도 잘 안되었던 나는 조금도 재미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니는 학원이기에 그 나이에도 그럭저럭 베이직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input 이라는것을 어떻게 읽는지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다. 그저 문자를 기호화해서 외워서 가르쳐주는대로 해내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당연하게도, 베이직따위를 계속 배우러 나가기에는 학원은 너무 따분했었고.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긴 하는지 학원 선생들은 우리에게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것을 보여줬었고, 그때 같이 학원에 다니고 있던 학생들은 베이직보다 더 쉽고 빠르게 게임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중에서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은 절대적인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였다.


 그때 당시로써 잘나가는 게임이 뭐였냐 하냐면, 위험한 데이브라던가, 1944라던가 하는 게임이 잘나갔다. 전부 도트방식으로 그래픽을 표현한 게임이었고, 실은 그 이상의 방법으로 그림을 표현할 방법도 거의 전무했었다.

 결국 표현의 범위는 많이 좁았고, 우리는 앙상한 뼈대만으로 되어있는 졸라맨 같은 캐릭터를 보면서 인간인것을 상상하면서 게임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움직인다' 라고 탄성을 내뱉을수밖에 없었으니, 요즘들어서는 찹쌀떡 모핑이라고 부르고 있던 그래픽의 선구자 페르시아의 왕자가 나타난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충격이었다. 어렸을때 그저 선으로 그려진것 움직이는것만으로도 재밌어했던 우리에게 페르시아의 왕자는 너무나도 그래픽이 부드러워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이게 정말 실사로 만들어진줄 착각했던녀석도 있었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나는 그때 그 기분을 이해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때 이 게임을 그렇게 재밌기 즐기지 못했던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게임이 너무 무서워 보였기 때문이다 ㅇ<-<...

 현재로써는 사람이 동강동강 썰려나가는 비주얼을 봐도 무감각한 내가 겨우 던전형식의 그림에 피좀 난다고 무서워했던것은 역시 국민학교 2학년이라는(..나때는 4학년까지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나이빨 탓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나는 그때 이 게임을 무서워서 할수가 없었고, 본격적으로 하게 된것은 초등학교 4학년 이후였던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순간 세상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286이 나오고 대부분의 모니터가 컬러로 교체되었고, 예전의 OS 인 도스도 버전업하였고 MDIR 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컴퓨터는 훨씬 쉽고 할만한것이 되었던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컴퓨터보다는 패미컴을 위시한 가정용 게임기에 빠져있었는데, 컴퓨터를 다시 잡게 된것은, 아마 집에 패미컴은 없고 컴퓨터가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 근처의 게임숍에서 한시간에 500원정도를 주고 패미컴을 붙잡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하튼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컴퓨터를 건드려보다가 옛날생각이 나서 페르시아의 왕자를 다시 구해서 하게 되었다. 그때는 하늘소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모뎀으로 인터넷(..이라고 해놓고 하이텔)에 연결하는것이 가능했기에 나는 게임을 쉽게 구할수 있었고. 다시 본격적으로 이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다.(주석 *1)

 여하튼 그 동안 갖은 패미컴 게임으로 단련이 되어 있던 나에겐 페르시아의 왕자는 더이상 무섭지 않았던것이다. (이미 둠까지 해본 소년이었던것이다 주석*2) 


 하지만 페르시아의 왕자는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었다. 그때 이미 난 많은 게임으로 단련이 되어있었지만 페르시아의 왕자는 너무나 하드한 난이도였다.  

 물론 현재의 게임에 비하면 페르시아의 왕자는 꽤 쉬운편일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 너무나도 많고, 나또한 20중반이 되어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아직도 나에게 페르시아의 왕자는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확실히 명작이었다. 11편까지 튼튼하게 짜맞춰진 퍼즐에, 한시간내로 공주를 구해야하는 촉박함, 마지막 쓰러지지 않는 자파를 상대하는 씬, 그리고 꽁수(*주석 3)까지 겸비한 멋진게임이었던것이다.

 그리고 그 명성을 이어간 페르시아의 왕자 2도 전편의 명성에 걸맞는 완벽한 페르시아의 왕자였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이 페르시아의 왕자 2가 나왔을때는 컬러 모니터도 많이 보급되어있었기에, 우리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후줄근한 런닝을 걸친 사나이가 아닌, 제대로 색깔있는 아랍 모자를 쓴 왕자로 묘사되었다. 물론 그 특유의 찹쌀떡 모핑도 그대로였다.

 페르시아의 왕자2는 1보다 모든면에서 파워업되어있었고, 재미또한 여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그 이후 우리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서서히 잊게 되었다.

 어디선가 페르시아 왕자 3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려왔지만 한국에서는 볼수 없었고,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호한데다가, 얘기도 없어서 그냥 루머로 넘어가버렸었다. 물론 현재 3D로 만들어진 페르시아의 왕자가 아닌, 2의 속편이 나온다는 루머였는데, 우리는 그 루머를 나이가 꽉차서야 목격할수 있게되었다.

 아쉽게도 현재 3D로 리메이크된 수많은 페르시아의 왕자는 예전과 같은 컬쳐쇼크는 주지 못했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현재 나온 페르시아의 왕자가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3D로 나온 1은.. 뭐 명작이란 못하겠지만.. 요즘 나온게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랬달까.. 그냥 그렇다고나 할까.. 요즘게임이구나 하는 생각이 물씬 풍기는 정도로 느껴진다.

 여하튼 추억에 잠기며 페르시아의 왕자를 회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페르시아의 왕자는 명작임이 당연할것이다. 그러나 요즘 10대 소년소녀들은 우리가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을 이 게임으로는 느낄수 없다는데 잠시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뭐.. 명작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남녀노소 똑같을테지만, 도트 그래픽에서 찹쌀떡으로 움직이는걸 봤다고 놀라워하는건 없을거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흘렀다고도 생각이 든다.

 아 물론 그런거야 버파 1과 버파 4의 차이를 보면서 느끼는 거랑 같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또 하나 잊은게 있는데, 내가 지금 이 고대(?)에 나온 게임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이유는 단하나다.
 
 '지금도 할만해'

 이게 명작이라고 불릴수 있는 절대조건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걸 옛날에 플레이 해본 사람에게나 국한되는 얘기일지는 모르지만, 그래픽에 대한 편견을 조금만 감고 생각해본다면, 이 게임은 언제든지 다시 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윈도우용 페르시아의 왕자 1을 꼭 한번 해보았으면 한다. 이 게임은 재밌다. 명작이다. 할만하다. 해서 시간낭비가 되었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사과할테니까 한번 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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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하늘소와 모뎀

 그때는 모뎀이라고 전화선에 직접 연결을 해서 하이텔이나 천리안에 연결하는게 가능했었다. 물론 전화선에 직접연결하는거라 하이텔에 연결되면 집의 전화는 불통이 되어서 그것때문에 부모님께 많이 야단맞은 기억이 있다. 또하나 생각난것은 2년전만 해도 대부분의 컴퓨터가 흑백이었는데, 겨우 2년만에 인터넷에 연결할수 있었다는것만 봐도, 컴퓨터의 발전은 너무나도 급속하다고 역시 깨달아진다. (그보다 한 4년전에, 컴퓨터는 카세트 테이프로 돌아가는것이었어. 디스크가 없었다구 ㅇ<-<..)

*주석 2 : 둠

 나는 둠에대해서 안좋은 기억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얘기를 좀더 길게해서 다른 시리즈를 얘기한다 하더라도 둠 1은 절대 말하지 않을테다. 왜냐하면, 나는 근처의 컴퓨터숍에서 둠을 정품으로 샀었는데, 알고보니 정품이 아니라 동서게임채널에서 둠 데모버전을 무려 5천원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에 속아넘어가 데모게임을 했었고, 정품을 즐길수 있던건 중학교 이후였다. 나는 진실을 알게되자 동서게임채널을 증오하게 되었고, 둠은 눈물의 다운로드 플레이를 했었다.

*주석 3 : 꽁수

실은 꽁수라는 개념은 90년대의 pc게임에는 심심치 않게 들어갔던거였다. 숨겨진 장소라던가, 치트키라던가 이런건 많았다. 1990년작인 위험한 데이브에도 숨겨진 방이 있을정도로 그때의 게임 제작사들은 전부 의욕이 있었다. 대개는 파일을 실행할때 파일명 뒤에 몇가지의 글자를 붙이는걸로 틀어지는 형식이었다. 아닌것도 있었지만 말이지..
 이건 사족이지만 나는 페르시아의 왕자에 세이브 로드 기능이 있었다는것을 중학교 되어서야 알았다. 결국 첫 클리어는 컴퓨터를 끄지 않고 끝까지 했었다.

덧글

  • 라르 2008/10/16 10:13 # 답글

    오빠도 국민학생[...]이었을때가 있었군요.
    저는 페르시안왕자를 사촌오빠 컴퓨터에서 발견해서 했던 기억이 있어요.
    꼬챙이에 찔려죽는게 좀 무섭죠 ㅇ<-<
  • Roland 2008/10/16 10:19 #

    그런데 나는 허큘리스 시절때 해서 피가 나오는지를 몰랐었지. 그런데 사람 잘리는것보단 난 배경분위기가 무서웠던것 같드라.
  • 고결한인품 2008/10/16 11:25 # 삭제 답글

    같은 나이에 같은 시절을 비슷하게 살아왔네요

    페르시아의 왕자.. 모니터 뒤집어서 하기도 했는데, ㅋ
  • Roland 2008/10/16 13:02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을때부터 흑백 모니터를 보며 컴퓨터를 하던 사람들은 전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죠 ^^; 그런데 모니터는 왜 뒤집어서(...)
  • 아사달 2008/10/16 12:01 # 답글

    난 시골갔더니 사촌오빠가 열심히 하고 있더근'ㅂ'
    게임은 원래 구경하자 파여서 열심히 구경했던 기억만 난다 ㅇ<-<

    그나저나 첫 클리어 후로하근...
  • Roland 2008/10/16 13:02 #

    재밌는 게임이지. 솔직히 첫 클리어는 그리 후로하지 않은게, 게임 자체가 한시간 내로 클리어해야하는거라서 오래 걸리진 않았지.
  • 琳☆ 2008/10/16 16:14 # 답글

    페르시아의 왕자는 독약먹기 랜덤빵이...
  • Roland 2008/10/16 18:18 #

    문제는 그게 랜덤이 아니라 정해져있었던거였지. 허큘리스라서 알아볼수 없었던것 뿐 ㅇ<-<..
  • 테리 2008/10/16 17:17 # 답글

    나도 사촌이랑 같이 했던 기록이 새록새록ㅋㅋ 사촌이 더 잘해서 나도 거의 구경파..ㅇ<-<
    그나저나 그립다 모뎀. 맨날 하다가 혼났었지 전화요금 많이 나오고ㅋㅋㅋ
    연결음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 소리가 커서 맨날 조마조마했어...
  • Roland 2008/10/16 18:19 #

    오빠는 그래서 모뎀할때마다 이불로 컴퓨터를 덮어놓고 했었기도 했었지. ..

    아니 뭐 인터넷이야 그렇다 치고 어쨋든 페르시아 왕자는 좋은 게임이었다.
  • BlackJoker 2008/10/16 18:33 # 답글

    초딩 4학년 땐가 사촌 누나네 집에 컴퓨터가 있어서 틈만 나면 시켜달라 그랬지만 시작하면 1스테이지도 못 깨고 허다하게 죽었던 그 게임...
  • Roland 2008/10/17 02:36 #

    젊었을때구나 소년 (...?)
  • Lapis 2008/10/18 15:29 # 답글

    바람의나라로 전화비가 상상초월하던 모뎀의 그때그시절
    쫌만 참을껄 싶던데....뭐 지금은 그냥 추억이죠
  • Roland 2008/10/19 10:12 #

    모뎀을 해봤던사람도 요즘엔 많이 없을것 같다.
  • kafelnicov 2009/03/05 00:15 # 삭제 답글

    이 게임도 충격이었는데....2에서 왕자가 쓴 터번?은 정말 귀여웠는데..ㅋㅋㅋ
  • 원심무형류 2009/10/20 13:14 # 답글

    둠... 쉐어웨어 판매로 많은 이를 낚았었죠... 하지만 당시 디스켓 가격이나 그런거 따져 보면 5천원이면 pc통신 안되는 이에겐 나쁘지 않았을지도...
  • 2018/08/04 07:16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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